어쩌다 생긴 평일의 여유
평일 점심에는 데이트를 할 기회가 별로 없으나, 어쩌다 보니 점심에 여유가 생겨 성수동에 다녀왔습니다. 성수, 서울숲 일대를 거의 2년째 이주에 한 번씩은 가는 이유로 이 지역의 볼만한 곳과 맛집은 이제 거의 다 아는 것 같습니다. 성수동에서 데이트를 할 예정이라면 제가 소개해 드리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서울 최고의 샌드위치를 맛보며 여유를 느낀 후 성수동 골목골목을 걸으면서 소화시키고, 서울숲 부근으로 가서 빵을 사들고 서울숲에 가서 빵과 커피를 먹어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평소에 굉장히 즐기는 코스입니다.
인생 샌드위치 맛집을 만나다
제 기준 서울 최고의 샌드위치 맛집은 바로 성수동에 위치한 프롤라입니다. 성수동 3번 출구에서 약 650m를 이동하면 골목에 위치한 조그마한 가게가 나옵니다. 월요일은 성수, 뚝섬, 서울숲 일대가 모두 휴무이며, 프롤라도 휴무입니다. 성수동에 놀러 가실 분들은 꼭 월요일을 피하시기 바랍니다. 프롤라의 영업시간은 11시~19시로, 주말에는 11시 전에 맞춰서 도착하지 않으면 웨이팅이 걸려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주인 분께서는 호주 시드니에서 15년 정도 살다가 한국으로 오셨는데, 샌드위치 맛이 정말 최고입니다. 우선 빵이 샌드위치 하기에 딱 좋습니다. 생각보다 샌드위치 용으로 맛있는 빵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공이 적당히 있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치아바타에 올리브 오일을 뿌려 딱 적당한 굽기로 구워 샌드위치용 빵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몇 달 전에 갔을 때에 비해 샌드위치 종류가 조금 바뀌었는데요, 파이 느낌인 크로스타타도 사진에 있는 것처럼 이번에는 복숭아를 사용한 것이었으나, 몇 달 전에 방문했을 때에는 블루베리 크로스타타였습니다. 인스타 계정을 팔로우하여 그 당시에 어떤 메뉴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완벽한 빵 위에 올려주는 샌드위치 속 재료는 더 환상적입니다. 이번 방문 시에는 Lambo와 Peppino, 시그니쳐 크로스타타와 에스프레소를 먹었습니다. 샌드위치 가격은 둘 다 16,000원이었으며, 둘 다 고를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람보는 위에 모차렐라, 부라타 치즈, 바질페스토, 토마토 콤피 등이 올라가 있었고, 페피노 위에는 모타델라 햄, 브리치즈, 살사로 사, 타바스코 등이 올라가 있었습니다. 저는 매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페피노가 조금 더 취향에 잘 맞았습니다. 특히 올리브오일과 브리치즈 올려 구운 빵에 타바스코가 엄청 잘 어울려 집에서도 이렇게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롤라에서 판매하는 에스프레소도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산미와 고소한 맛이 딱 발란스 있었으며, 설탕 딱 두 스푼 넣어 원샷하니, 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건물 외관만 구경해도 재미있는 성수동 거리
프롤라에서 나와 지도에 서울숲을 입력하고 쭉 거리로 걸어오는 것만 해도 자연스레 데이트가 됩니다. 성수동의 매력은 건물을 통째로 봤을 때는 낡았지만, 그 낡은 건물을 아주 세련되게 재 살려낸 것을 보는 데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각각의 가게들이 어떤 식으로 본인들 만의 색을 낡은 건물 위에 쌓아 올렸는지 보며 서로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환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매번 지나갈 때마다 보던 카페도 있고, 새롭게 생긴 카페도 있고, 너무 트렌디한 것만 따라가려다 보니 곧 문을 닫을 것 같기도 한 가게도 있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습니다.
신기했던 GS25 플래그십 매장 '도어투성수'
지난 11월 11일에 오픈한 도어투성수를 뭔지 모르고 지나가다가 그냥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외관이 신기해서 안에 들어가 보자 하고 들어갔는데, 들어가고 나서야 편의점인걸 알아차렸습니다. 오른쪽으로는 와인을 원하는 만큼 따라서 사 마실 수 있게 되어있으며, 왼쪽에는 커피를 원하는 원두 종류에 따라서 골라 사 마실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잔에 원하는 종류의 맥주를 따라 마시고 손목에 태그 한 뒤 마지막에 계산하는 형태의 가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었는데, 아마 거기서 착안해서 와인을 맥주처럼 원하는 만큼 따라 마실 수 있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면 왼편엔 편의점 계산대와 직접 만든 디저트들이 있고, 오른쪽에는 앉아서 즐길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었습니다. 평일 점심 기준 많은 사람들이 이용 중이었습니다. 저도 다음에 온다면 앉아서 와인과 커피를 종류별로 마셔보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내년 2월까지 하는 송민호 전시를 구경하러
서울숲역 쪽으로 더 걸어와서 1번 출구에서 내년 2월 가지 진행 중인 송민호 전시회를 보러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내년 2월 5일까지 관람일이 연장되었다고 합니다. 가격은 15,000원이며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티켓을 예매해서 들어가야 합니다. 인터파크에서 예매 가능하니 참고하여 티켓을 미리 끊고 구경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까지 마친 후 바로 수인분당선을 타고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서울숲에 오면 매번 가는 카페와 베이커리가 있는데 다음 편에서 또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