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바로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닛포리로 향했다.
닛포리 지역에서 숙박을 한다면 야네센지역이 가깝다는 장점 외에, 큰 장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공항에서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36분 이동하면 바로 닛포리에 도착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닛포리에 있는 알몬트 호텔 닛포리이다.
역에서 5~7분정도 걸어야 하지만 충분히 가깝고, 게다가 그동안 일본에서 경험했던 정말 작은 숙소들에 비하면 사이즈도 괜찮고 대욕장이 있어 피로를 풀기도 좋고, 골목 자체의 감성도 좋았던 우리가 최고 만족한 호텔이었다. 누릴 수 있는 여러 편의성들에 비하면 골든위크임을 감안하고도 가격도 정말 정말 좋았다.
닛포리는 긴자나 우에노까지도 3-4정거장, 아사쿠사를 가기에도 좋고 공항에서의 이동 편의성도, 또 여행동선에도 최적이라 혹시 이 부근에서 여행을 할 계획이라면 정말 강추하는 지역이다.
정갈한 일본 가정식은 바로 이걸 두고 얘기하는 거지! - 타요리(TAYORI)
점심 타임쯤에 호텔에 도착해서, 먼저 짐을 맡겨놓고, 예약해 놨던 음식점, 타요리(TAYORI)로 향했다. 알몬트호텔에서 타요리까지는 900m 정도로, 다시 닛포리 역으로 가서 야네센 쪽으로 넘어가 꽤 걸어야 했지만, 처음 마주한 닛포리와 야네센의 풍경이 아름다워, 설레는 마음으로 걷다 보면 금방 도착한다.
특히 갓파바시가 그릇시장인 것처럼, 닛포리지역은 원단 시장인지 원단을 파는 상점이 많아 하나하나 걸어가며 상점 구경만 해도 재밌었다. 야네센 쪽으로 이동하여 상점가를 걷다가 살짝 안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타요리가 나온다.
우리는 목요일 점심 1:45에 예약을 해두었는데, 평일 늦은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4팀의 현지인들의 식당 앞 벤치에 앉아 웨이팅을 하고 있었다. 식당으로 바로 향해 예약을 해 두었다고 하니 바로 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세트로 먹을 수도 있고, 단품으로 요리를 주문할 수도 있는데 첫 끼의 설렘과 욕망(?)을 가지고 우리는 세트 2개와 안닌도후, 디저트로는 커피젤리를 주문했다. 평소에 운영하는 세트메뉴 아지후라이와 치킨난반 중에 치킨난반을 선택하고, 하나는 그날에만 운영하고 있던 돈카츠를 선택했는데, 다음에 가면 그냥 아지후라이와 치킨난반을 선택할 것 같다. (현지인들은 아지후라이를 제일 많이 주문했다.)
추가 금액을 내면 밥도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찐 밥으로 변경할 수 있는데, 이게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여러가지 야채와 조개 등이 들어가 있었는데 애기 입맛이 남편도 돈카츠보다 찐 밥이 정말 맛있었다고. 안닌도후도 한국에서 횟집에서 서비스로 주는 것만 먹어보다 제대로 크래커와 함께 먹으니 너무 맛있었고, 커피젤리도 맛있었는데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안닌도후를 다시 먹고 싶다.
전부 다 현지인에, 한국인은 우리 둘 뿐이었고, 목재로 된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맛있고 정갈한 일본 요리 한 상. 더 바랄 게 없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에 엄마 모시고 꼭 와야지.
직접 로스팅한 다양한 원두를 판매하는 진짜 커피가게 - 야나카 커피점 야나카점
식당에서 나와 거리를 구경하다 자연스럽게 들르게 된 야나카 커피점. 동네 할아버지 두 분이서 조그마한 커피가게에서 드립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들어가서 드립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계산대 오른쪽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원두들이 진열되어 있고, 현지인 분께서 원두를 주문하니 주인아주머니가 아주 오래된 것 같지만, 깨끗하게 사용된 멋진 로스팅기계에 잠깐 넣었다 뺀 원두를 건넨다. 내가 주문했던 드립커피는 굉장히 향이 진했고, 맛도 진했다. 엄청나게 취향은 아니었지만 가게 구경 자체가 참 재밌었다.
야나카 커피점을 왼쪽에 두고 거리를 쭉 걷다 보면, 옷 맞춤 수선실, 양말가게, 현지인들이 다니는 마트 등 재밌는 공간들을 구경할 수 있다. 그냥 그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컨텐츠였다. 그렇게 걷고 걷다보면 건널목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우연히 들어가 멋진 바지 득템 - 직물공방 Le poilu
건널목을 건너서 재미있게 생긴 가게가 있길래 무작정 들어갔다. 예쁜 옷들과 소품들이 많아 구경하고 나중에 보니 편집샵 같은 곳이었다. 바지는 5만 원대, 상의는 10만 원 언더로 다양하게 있었는데 가격이 비싸지 않아 캐주얼하게 입기 좋은 옷들이 많았다.
나는 한국에서는 옷을 사기 힘든 허얇엉큰 체형이라, 특히 바지 사기가 정말 힘든데, 여기서 핏이 맞는 베이지 치노 바지를 하나 득템했다. 독특한 모자와 예쁜 양말도 판매하고 있으니 지나가게 되면 한번쯤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
멋진 디자이너 주인장이 운영하는 셀렉샵 - Classico Select Shop
이곳으로 오는 길에 본 현지인들의 모습, 그리고 동네 정취만 느껴도 참 행복했다. 특히 이 셀렉샵은 남편이 한국에서부터 서칭 해서 옷 샵 중에 하나였는데, 주인아저씨도 매우 친절하고 멋지셨고, 가게도 예뻤으며 무엇보다 예쁘고 질 좋은 옷이 한가득 있었다.
남편이 어딘가에서 본 후기에서 주인아저씨가 까칠하다고 했는데, 까칠은커녕 우리가 구경만 하고 나왔는데도 자신이 만든 옷들도 소개해주고 여러 브랜드들도 착용하고 구경해 보라면서 굉장히 친절히 대해주셨다. 여행 막바지였으면 옷을 하나라도 샀을 텐데, 극초반이라 재화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남편은 구경만 하고 나왔다. 여행 마지막이었으면 남편에게 사라고 부추겼을 텐데..! 조금 아쉽다!
이 멋진 상점을 끼고 골목을 돌면,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구간, 빵 맛집 두 곳이 나온다.

파 브르통을 처음 먹어본 Du Pain et Des Gâteaux Les Initiés, 그리고 인생 슈크림집 Le Coussinet
제빵계의 양대산맥은 프랑스와 일본, 나는 프랑스 식도 좋아하고 일본식도 좋아한다. 그런데 이 두 곳은 일본에서 하는 프랑스식 제과점이었다. 두 가게가 마주 보고 있는데 둘 다 외관도 참 예쁘다.
먼저 뒤 뺑 (이하 생략) 이 가게에 갔는데 먹을 게 너무 많은 것이다. 그런데 내 배는 한정되었고.. 마치 남편이 앞의 셀렉샵을 갔을 때의 마음과 같겠지. 나머지는 먹어본 것들이라 다른 데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파 브르통을 한번 골라봤다.
안에 말린 촉촉한 자두가 들어가 있었고 겉은 풀빵느낌이었는데 아주아주 풍미가 좋고 촉촉하고 맛있어서 남편과 가게 앞에서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그러고 나서 살짝 당충전이 되었으니 남편과 네즈 신사로 향했고, 그 이후 들렀던 곳이 맞은편의 슈크림 집이었다.
결론적으로, 야네센에 왔는데 이 슈크림을 안 먹으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뻔했다. 일단 슈크림이 진짜 어마어마하게 맛있다. 네즈신사 다녀올 때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이 동네에 놀러 온 현지인들도 사 먹고 사진 찍고 하면서 슈크림을 즐기고 있었다. 진짜 맛있으니 네즈신사에 간다면 조금만 더 걸어서 가 보면 좋겠다.

토리이가 멋진 사진 포인트, 네즈 신사
슈크림집에서 길을 건너 조금만 더 걸어가면 바로 네즈 신사가 나온다. 내가 방문했던 날은 철쭉축제 마지막 날이었는데, 티켓을 사려고 했더니 담당자가 철쭉이 다 졌으니 굳이 표를 살 필요가 없다고 하여 표를 사지 않고 개방된 곳만 구경했는데 충분했다. 빨간 토리이가 엄청나게 많이 늘어서 있어서 영상을 찍으니 아주 멋있게 나왔다. 신사라는 공간이 주는 고즈넉함을 한껏 즐겼다.
제대로 된 핫초콜릿 한 잔과 조용한 공간이 선물하는 여유, pásele
마지막으로 야나카지역에서 들른 곳은 핫초콜릿 전문점인 pasele였다. 일단 초입부터 아주 예쁜 공간이다.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주택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정원을 장식해 놓은 것부터 아주 예쁘고, 창가에 앉아 카페를 즐기고 있던 일본 여성분 두 분의 모습이 마치 그림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목조로 된 차분한 공간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핫초콜릿은 7000원 8000원 선으로 가격이 조금 있었지만, 조용하게 쉬는 공간을 좋아하는 우리는 공간이 주는 이점 때문에 엄청나게 비싸게 느껴지진 않았다. 핫초콜릿은 세계 각국에서 공수해 온 카카오로 거의 초코 죽처럼 진하게 나왔고, 가게 한편에서 추로스도 직접 만드는 것 같았다. 한동안 창가에 앉아 남편과 각자 그림 그리기, 책 읽기를 하며 시간을 즐겼는데 정말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내부는 약간 어둡고 사진촬영이 금지라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